2026/04/29 18

염소할배

2018. 8. 29. 염소할배생림면 산중턱.전기도 안들어 오고, 마실 물도 없는 움막 같은 곳.그 곳에서 20여년을 혼자 살아오신 염소할배의 부음 소식젊어서는 영관급 장교로, 퇴역 후에는 마산 어시장 건어물 상회 주인으로남부럽지 않게 평탄한 삶을 살 수 있었지만끝내 산속생활을 고집하셨다.한두해가 지나고, 그리고 십년 이십년이 지나고...점점 가족의 왕래도 뜸해지면서염소할배는 독거노인처럼 외로운 삶을 살다 가셨다.나와는 많은 교분을 나누고 작은거 하나라도 먼저 챙겨주시던 살뜰한 분이였는데한동안 뜸했던 사이 부음 소식을 들었다.지난 사월 초파일 구천사에서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 병색이 완연했건만왜 한번도 찾아뵐 생각을 못했을까...2000년도인가..염소할배가 염소를 키우겠다고 산속에 염소 막장을 지은 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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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집은 ㄱ자 한옥집이고 나무보일러다

2024. 6.13. 내 고향집은 ㄱ자 한옥집이고 나무보일러다집안 전체가 찜질방 수준이다돈 한 푼 아쉬운 촌에서 참으로 경제적이지 않을 수 없다지금 살고 있는 집은6.25전쟁 미망인이신 아버지의 숙모님께서애지중지 딸 하나를 키우며 살던 집이다숙모님은 먹고 살기 힘들어 영주로 이사를 갔다방한칸 없이 고생고생하던 어린 조카(아버지)가 눈에 밟혀차마 이 집을 팔 수가 없었단다그래서 고심끝에 그냥 살으라고 주고 가셨다이 집에서 우리는 어린시절을 보냈고 지금도 부모님이 살고 계신다어릴 때부터 아들처럼 숙모님의 안부를 지극정성 살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숙모님은 지금 90중반으로 미망인 전문요양원에 계신다.아버지는 나무 욕심이 많다아버지의 아버지를 20대에 여의고 남의 집 더부살이를 하면서동생들을 다 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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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멈춘 날로부터 만1년째 되는 오늘

2024.6.11. 심장이 멈춘 날로부터 만1년째 되는 오늘정밀검사를 받았다1년안에 심장이 다시 멎을 확률이100명 중 5명이라는데박경일 교수님의 환한 미소나보다 더 기뻐하신다심장초음파파알~~~딱 힘없이 뛰던 심장이 펄떡펄떡뛰고있다심장효소100이하가 정상인데 3000까지 갔다가 78로 떨어졌다혈압180이상으로 치솟던 것이 130이하로 유지된다당화색소6.5가 정상인데 7.0언저리로 조금 높다약을 많이 줄였다당분간 심장이 다시 멎지는 않을 듯1년전 교수님 왈앞으로 1년 동안은 운전도 자제하고 산에도 가지 말고사람없는 곳에 혼자 다니지도 말고 병원이 먼 지역에는 놀러도 가지말라고 했다혼자 있다가 심장이 다시 멎으면. . .뭔가의 짐을 벗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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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 피천득

2024.3.19. 인연 / 피천득수십 년 전, 내가 열일곱 되던 봄, 나는 처음 도쿄에 간 일이 있다.어떤 분의 소개로 사회 교육가 M 선생 댁에 유숙을 하게 되었다.시바쿠에 있는 그 집에는 주인 내외와 어린 딸, 세 식구가 살고 있었다.하녀도 서생도 없었다.눈이 예쁘고 웃는 얼굴을 한 아사코는 처음부터 나를 오빠같이 따랐다.아침에 낳았다고 아사코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고 하였다.그 집 뜰에는 큰 나무들이 있었고, 일년초 꽃도 많았다.내가 간 이튿날 아침, 아사코는 스위트 피(콩과에 속하는 일년초. 나비 모양의 꽃)를 따다가화병에 담아, 내가 쓰게 된 책상 위에 놓아 주었다.스위트 피는 아사코 같이 어리고 귀여운 꽃이라고 생각하였다.성심여학원 소학교 1학년인 아사코는 어느 토요일 오후,나와 같이 저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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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탈 양지바른 곳, 우리 할매가 계신다

2023. 4. 17. 사진의 제일 왼쪽...우리 아부지가 80이 넘도록 한달에 몇번씩 전화를 드리며 극진히 모시는 아버지의 숙모님. 전쟁 미망인. 남편은 6.25때 마을 어귀에 북한군이 오는지 안오는지 확인하러 갔다가 돌아가셨단다. 아버지의 숙모님은 90이넘으셨고 현재 요양병원에 계신다. 오늘 내일 하신다. 슬하에 딸 하나다지난 설, 아부지가 처음으로 숙모님에 대해 자식들에게 깊은 얘기를 하셨다지금 살고 있는 경북 봉화의 부모님 집실은 숙모님 집이란다그 옛날 지독한 가난으로 남의 집 뒷방살이 할 때숙모님이 그 집에 사셨단다숙모님은 딸 하나를 데리고 먹고 살기 위해 도시로 나가면서집을 팔려고 했는데방한칸 없이 힘들게 사는 조카가 눈에 밟혀도저히 팔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주고 가셨단다그 집에서 나는 태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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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에 대한 단상

2018. 7. 27. 그놈에 대한 단상어릴적 동네에서 가난하기로 유명했던 그집아부지 키가 유독 작아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꼬마승태라고 불렀던 그집 아부지땅한평없이 동네의 궂은 일을 마다않고 죽도록 고생만 하시던 그놈 엄니돈이없어 마을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기슭에 농막같은 집을 짓고 살던 그놈집태풍이 오기라도하면 지붕이 통째로 날아가곤 했던 그집.그집 아들 내 친구국민학교때 돌대가리라는 소리를 귀에 박히게 들으면서도 호랭이같은 기백으로 동네를 휩쓸고 다니던 그놈공부머리가 안되는 덕분에 허구한날 나머지 공부를 하던 그놈. 그리고 그 곁을 늘 함께했던 나항상 교탁앞 젤 앞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었던 그놈과 나.시도때도 없이 졸다가선생님한테 대갈통이 깨지도록 맞으면서도 자기는 돌머리라서 안아프다고 씨익 웃던 그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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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 박은옥

2018. 7. 22. 정태춘 박은옥1991년 성남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6개월정도 건국대근처에서 하숙을 한적이 있다독방은 비싸 2인실을 썼었다내 룸메이트 아저씨는 30대 직장인그때 그분 카세트테이프를 한번씩 빌려 듣곤했는데그때 처음들어본 정태춘 박은옥신선한 충격이였다북한강에서 떠나가는배 촛불 에고도솔천아 회상 정동진 봉숭아 손님 다시첫차를기다리며 등등내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노래였지만 상당히 심취했었고 빠져들었다대중의 인기보다는 자신의 신념을 노래했고 사회적 부조리를 아름다운 가사로 승화시켰고 노래하는 수행자로서의 삶을 살았던 진정한 그시대의 사회운동가 참으로 잘어울리는 부부정태춘 54년생인가 그랬던것 같은데 어드덧 60대 중반 할아버지유트브로 최근 활동 모습보니 주로 산사음악회 집회현장 등에서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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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에서

2019. 9. 25. 북한강에서저 어둔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또 당신 이름과그 텅 빈 거릴 생각하오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짙은 안개 속으로 새벽 강은 흐르고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산과 산들이 얘기하는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그 신비한 소릴 들으려 했소강물 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내 맘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치며 흘러가고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우리 이젠 새벽 강을 보러 떠나요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오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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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를 꿈꾸며]

2019. 9. 17. [지란지교를 꿈꾸며]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열어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영원히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그가 여성이라도 좋고 남성이라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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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언론기사로 본 영주 중앙고등학교 소식

2018. 8. 22. 문득 언론기사로 본 영주 중앙고등학교 소식반가운 마음에 아련한 옛 추억이 내 마음을 휩쓸고 간다.영주중앙고등학교.88년에 입학해서 91년 2월에 졸업한 나의 모교이다.그 당시 경북에서는 명문고등학교로 명성이 높았고 촌에서는 공부좀 해야만 갈 수 있었던 나름 자부심 강한 그런 학교였다.2001년 학생수의 급감소로 폐교되었다.우리학교에는 봉화, 예천, 풍기 등에서 온 촌놈들이 많았고 그 만큼 자취생도 많았다.역시나 촌놈들은 시내에서 온 애들과 확연히 구분이 되었다.땟깔 좋고 메이커 옷 입고, 소니, 아이와 미니카세트 들고 다니던 놈, 계란후라이, 소시지, 고기 반찬 싸오던 놈, 아부지 머하시노? 하고 물어보면 경찰, 공무원, 역무원 등등...이라고 말하는 놈은 전부 영주시내 애들.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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