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29.
염소할배
생림면 산중턱.
전기도 안들어 오고, 마실 물도 없는 움막 같은 곳.
그 곳에서 20여년을 혼자 살아오신 염소할배의 부음 소식
젊어서는 영관급 장교로, 퇴역 후에는 마산 어시장 건어물 상회 주인으로
남부럽지 않게 평탄한 삶을 살 수 있었지만
끝내 산속생활을 고집하셨다.
한두해가 지나고, 그리고 십년 이십년이 지나고...점점 가족의 왕래도 뜸해지면서
염소할배는 독거노인처럼 외로운 삶을 살다 가셨다.
나와는 많은 교분을 나누고 작은거 하나라도 먼저 챙겨주시던 살뜰한 분이였는데
한동안 뜸했던 사이 부음 소식을 들었다.
지난 사월 초파일 구천사에서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 병색이 완연했건만
왜 한번도 찾아뵐 생각을 못했을까...
2000년도인가..염소할배가 염소를 키우겠다고 산속에 염소 막장을 지은 적이 있다.
돈이 없어서 재료만 사서 직접 지으셨다.
그 때 나는 근 1주일동안 모래와 시멘트를 등에 지고 가파른 산길을 수도 없이 왔다갔다 했다.
어깨와 등에는 허물이 벗겨지고 온 뼈마디는 쑤시고 아파서 밤에 잠도 제대로 못잤다
그냥 아저씨가 좋아서 도와준 것이였지만 아저씨도 미안했는지
일 다 끝나고 10만원을 봉투에 넣어 주셨다.
안 받고 싶었지만 서운해 하실 것 같아 받기는 했지만...
한두마리였던 염소는 이백마리까지 늘어나고, 염소값 폭락에 사료값 감당은 안되고...
그 많은 염소를 혼자키우면서 자식처럼 애정을 쏟아 부었지만 돈은 못벌고 고생만 하셨다.
최근 1~2년사이 몸이 아픈 사이 염소를 다 처분했다고 한다.
지난 토요일 마산 영락원으로 문상을 갔다왔다.
영정사진도 외로워 보였다.
극랑왕생하시라...
나에게는 아저씨, 우리 애들에게는 염소할배
또 하나의 인연이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