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7. 27.
그놈에 대한 단상
어릴적 동네에서 가난하기로 유명했던 그집
아부지 키가 유독 작아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꼬마승태라고 불렀던 그집 아부지
땅한평없이 동네의 궂은 일을 마다않고 죽도록 고생만 하시던 그놈 엄니
돈이없어 마을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기슭에 농막같은 집을 짓고 살던 그놈집
태풍이 오기라도하면 지붕이 통째로 날아가곤 했던 그집.
그집 아들 내 친구
국민학교때 돌대가리라는 소리를 귀에 박히게 들으면서도 호랭이같은 기백으로 동네를 휩쓸고 다니던 그놈
공부머리가 안되는 덕분에 허구한날 나머지 공부를 하던 그놈. 그리고 그 곁을 늘 함께했던 나
항상 교탁앞 젤 앞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었던 그놈과 나.
시도때도 없이 졸다가선생님한테 대갈통이 깨지도록 맞으면서도 자기는 돌머리라서 안아프다고 씨익 웃던 그놈
중학교 졸업하고 어린나이에 서울 장갑공장에 취직해서 부모를 먹여살렸던 그놈
그것도 잠시.
스무살 무렵 아부지가 편찮으시다는 연락을 받고 뒤도 안돌아보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아부지 대신 쓰레기 수거를 하던 그놈
젊은사람이 귀한 동네 집집마다 돌아댕기면서 동네어르신들 아들 노릇을 했던 그놈
명절때 마다 내가 온것을 귀신같이 알고 반겨주던 그놈
재혼하면서 두남매를 고아원에 맡기고간 누나
세월이 흘러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시집장가 다 보내고 지금은 젊은나이에 할아버지 소리듣는 그놈
고향에 내려온지 얼마 안되어 아부지는 병으로 세상을 뜨시고 십수년 지금까지 치매에 걸린 노모를 지극정성 보살피고 있는 그놈
고향의 모든 소식을 전국적으로 중계방송해주고 동네 대소사를 다 챙겨주던 그놈
살만하니 백혈병이라는 병마에 호랑이같던 그 기백을 잃어버린 그놈
연락도 안되던 누나를 찾아가 삼고초려끝에 골수이식을 하고 전국을 누비며 자연과 함께 몇년을 잘 살아왔던 그놈
신동춘
내 마음깊은곳에 가장큰 친구이자 형님같이 남아있는 마음 아픈 그놈.
한동안 연락이 뜸해 불길한 마음에 전화를 했더니 병원이란다
곧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이놈아
억울하지도 않냐..그세월이 밉지도 않냐.
이좋은 세상에 니같은 놈은 반드시 있어야한다
내얘기가 아니고 니를 아는 모든 사람들의 얘기다
반드시 이겨내라
그거..별거 아이다
니 못한게 뭐가 있노
니가하면 안되는게 뭐가 있었노
끝까지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남아있어라
나이들면 나랑 같이 농사짓고 살자
내일 대구행 기차표를 예약해 두었는데 마음이 이상하리만치 편하지않다
그놈
신동춘
불알친구
밉다

